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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빠들은 과거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오셨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아무생각 없이 어린시절을 살아오다가 아무준비 없이 성인이 되어버리고,

세상의 풍파를 겪다가 어설프게 이런 저런 경험을 했다.

세상이 만든 초인종 소리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일반적이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요즘,

나와 비슷한 세대나 주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있노라면,

나역시 다르지 않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만든 보편적인 기준과 그 기준에 맞게 살아가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의모습.





34살. 하고싶은것도 해야할것도 정말 많은 나이.



오늘은 우리 첫째아이 유치원 예술제가 있는날이다.

한달전부터 캘린더에 날짜를 체크하고, 아내와 꼭 함께 가기로 약속한날이다.

오전에 출근해서 업무를 보고, 오후에는 사람도 만나고 운영중인 사진관도 방문했다.

아침부터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오늘하루 눈에 보이는 모든것들이 굉장히 냉소적으로, 부정적으로 보였다.





행사시작 두시간전부터 아내의 지인으로부터 미리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유치원생이 있는 가정의 부모와 형제, 그리고 조부모까지 가족들이 총출동한 자리다. 

5시40분쯤 도착한 우리는 자리도 잡지 못했다. 

한명의 부모도 빠짐없이 참석한듯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참석하지 못한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될수도,

아이에게 쓸쓸함을 안겨주는 자상하지 않는 부모로 낙인 찍힐수있는 기회다.




6세,7세반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은 각 반별로 율동과 춤.

우리아이의 순서를 기다리다가 재미있는 장면들이 목격했다.

사람들의 생각과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힌트를 얻는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사람들의 표정과 행동을 관찰하게 되었다.





행사장은 국가대표 축구팀 기자회견이나, 유명한 연예인의 결혼식 발표같은 셀럽들의 기자회견을 보는듯했다.

최고급 카메라부터 여기저기를 휘저으며 포토스팟을 찾아다니는 엄마 아빠들.

사진이 직업인 내 카메라가 왠지모르게 쑥스러워졌다.


언제우리아이의 모습이 나올까 목이 빠지게 기다리면서도,

다른아이들의 귀여운 몸짓과 행동에 박수를 치고 웃음을 짓고있었다.

행사는 약 3시간동안 진행되었는데, 진행순서를 잘 짜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있었다.


나역시 우리아이가 나올때쯤 준비해둔 카메라와 삼각대를 가지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오늘의 행사사진을 담당하고 있는 포토그래퍼의 표정이 영 불편해보였다.

툭하면 아이들이 렌즈앞을 뛰어다니고, 자신의 아이가 나온순서의 엄마 아빠는 

jtbc취재기자만큼 열정가득히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 첫째 아들은 쑥스러움이 많았다.

몇일전부터 앞에 나가서는 걸 꺼려했다.

어린시절 아빠와 함께 놀이동산을 갔다가 얼굴을 집어넣고 사진찍는곳에서 사진을 찍기 싫다고

혼난적이 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웃으면 비웃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일까, 그냥 얼굴일 빨개지고

그 우스깡스러운 모양에 내 얼굴을 집어넣기가 싫었던것같다.



행사는 3시간정도가 지난뒤에야 끝이 났다.

마지막에 각 반별로 인사가 이어지고,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에게 뛰쳐간다.

다른사람들을 찍어줘야하는 내 직업상, 가족행사일지라도 카메라를 가져오지않으면 눈치가 보인다.

정작 내사진은 아무도 찍어주지않는데;;


갑자기 서러워졌다.

나역시 누군가로 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고, 하고싶은게 많은 나이인데

아빠라는 이유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희생하면서 살아야하는 현실이 슬펐다.



우리아빠, 우리엄마도 그렇게 우리를 키우셨겠지.

우리아이의 할아버지,할머니인 엄마 아빠와 함께 식사를 하는동안

엄마 아빠의 모습을 빤히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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